세일즈포스의 슬랙 인수…국내·외 시장 전망은?

글로벌 기업 MS와 승부‥국산 업체들도 "올 것이 왔다"

컴퓨팅입력 :2020/12/03 16:05

기업용 고객관리 소프트웨어(CRM) 1위 기업인 미국 세일즈포스가 업무용 협업툴 업체 ‘슬랙’을 277억달러(30조6천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번 인수로 슬랙이 세일즈포스 생태계의 핵심 엔드포인트 서비스로 거듭날 전망이다.

1일(현지시간) 미국 지디넷에 따르면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진행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슬랙 인수를 공식화 하며, 세일즈포스 커스터머360에 슬랙을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일즈포스는 클라우드를 통해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업체로 1999년 설립됐다. 시가총액은 약 2천200억달러(241조원)에 달한다. 한편 슬랙은 코로나19로 인해 화상회의 앱 ‘줌’과 함께 가장 주목받는 소프트웨어로, 일일 사용자는 1천200만명이 넘는다. 세일즈포스 인수 후에도 슬랙은 단일 조직으로 현재 CEO인 스튜어트 버터필드가 계속 이끌 예정이다.

슬랙

베니오프 CEO는 “이제는 커스터머360의 새로운 세대가 도래했다”며 “슬랙 인수에 따른 계획은 우리의 모든 서비스와 협업 채널 가운데 굉장한 유저 인터페이스를 선사할만한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다”라고 말했다.

이어 “슬랙이 우리 플랫폼에 들어옴으로서 (중략) 모든 CRM 정보들과 고객과의 영업 논의 내용을 살펴볼 수 있게 된다”면서 “또한 슬랙 커넥트를 통해서도 타사 파트너, 공급자, 고객들과도 원활히 소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베니오프 CEO가 언급한 슬랙 커넥트는 타사 직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슬랙 내 기능으로 세일즈포스 생태계 내에서도 핵심 기능으로 자리매김 할 것으로 전망된다. 슬랙은 올해 이 기능을 선보이면서 기업 시장에서 이메일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이번 3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슬렉 커넥트 유료 사용자는 6만4천명으로 2분기에 비해 1만2천명 증가했다.

관련해 미국 지디넷은 “슬랙이 슬랙커넥트 기능을 통해 다른 회사와 파트너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되면서 커스터머360을 운영하는 세일즈포스에게도 핵심으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기업간 경쟁MS 위협하나

지난주 세일스포스의 슬랙 인수 소식이 유출되면서, 전문가들은 다각도에서 세일즈포스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전면전을 예상하고 있다. 슬랙도 지난 7월 MS가 오피스 구독상품에 팀즈를 끼워넣는 것은 불법이라며 EU 경쟁당국에 신고한 바 있다.

웨드부시의 한 애널리스트는 “세일즈포스의 슬랙 인수는 팀즈를 운영하는 마이크로소프트를 견제하도록 만들며 더 넓은 클라우드 플랫폼 영역으로 발전할 발판을 마련한 셈”이라며 “(코로나19 진정으로) 직원들이 사무실로 복귀하더라도 협업툴이 핵심 사업이 될 것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일즈포스 서비스.

세일즈포스는 그동안 협업과 관련한 여러 시도를 해왔고, 자체 협업툴도 보유하고 있으나 시장 입지는 크지 않다. 세일즈포스는 2009년에 소셜 네트워킹 플랫폼인 채터를 출시했으며, 2016년엔 생산성 도구 큅을 인수했다. 올해도 세일즈포스 플랫폼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화상회의 및 채팅 도구인 애니웨어를 공개했다.

세일즈포스의 CRM 서비스인 세일즈클라우드를 이용하는 사용자에게 슬랙을 함께 제공할 수 있게 된다면, MS의 기업용 구독 정책과 유사한 전략을 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MS의 오피스 응용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 오피스365 기업용 플랜 가입자는 협업툴 팀즈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세일즈포스가 각종 소프트웨어 회사들을 연이어 인수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다른 사업영역과도 상당수 겹친다. CRM 서비스 영역에서 세일즈포스는 세일즈클라우드를, MS는 다이나믹스 제품을 운영한다. 세일즈포스는 글로벌 CRM 시장에서 20% 가까운 점유율로 MS, SAP, 오라클 등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다.

세일즈포스는 지난해 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태블로’를 153만달러에 인수했으며, MS도 데이터 시각화 도구인 ‘파워BI’를 보유했다. 이외에도 세일즈포스는 2018년 클라우드 상에서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뮬소프트’를 인수하며 공격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왔다.

긴밀한 협업을 지원하는 도구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더욱이 올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기업의 영업 및 서비스 활동이 상당부분 비대면화 되면서 협업툴 시장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어도비는 지난달 클라우드상에서 업무 프로젝트를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워크프론트를 인수한 바 있다. 기업용 협업 도구 기업 트윌리오도 세그먼트를 32억달러(3조7천억원)에 인수했다. 세그먼트는 API를 이용해 어떤 앱에서 다른 앱으로 이용자 정보를 이동시키는데 특화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다.

국내 협업툴 시장 영향은?…"세일즈포스의 영업력 관건"

글로벌 추세에 맞춰 국내 대기업들도 그룹웨어나 메신저 수준을 뛰어넘는 협업툴 도입을 고려한다. 이에 따라 국내 협업툴 시장은 마드라스체크의 ‘플로우’, 토스랩의 ‘잔디’ 등 제품을 필두로 확장하고 있다.

세일즈포스의 슬랙 인수에 따른 국내 파급력에 대해 국산 협업툴 업체들은 “올 것이 왔다”면서도 “아직은 예상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외국계 기업인 세일즈포스가 국내에서 가진 영업 채널로 얼마나 슬랙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산 협업툴 기업들은 현지화와 빠른 서비스 지원 면에서 우위가 있다고 강조했다.

PC, 스마트폰, 태블릿 등 다양한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플로우'

김대현 토스랩 대표는 “세일즈포스의 슬랙 인수는 미국에서 기업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라면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었다”며 “많은 이용자들에게 협업툴의 가치를 더 빨리 전파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좋은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슬랙은 MS처럼 대기업을 공략하는 것보다 중소기업 고객사가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타깃 시장면에서 슬랙과 잔디가 겹칠 수는 있으나 잔디가 애초에 글로벌 제품과 차별화 했던 포인트는 ‘지역화 된 서비스 제공’으로, 계속해서 강점으로 밀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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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우리나라에서 서비스 하는 잔디의 경우 (외산 제품과 다르게) 아시아 기업들을 위한 조직도나 가격정책, 비즈니스 모델에 특화돼 있다”며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등 외국어 지원도 되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학준 마드라스체크 대표는 “B2B 솔루션들은 고객 사례나 영업 채널을 잘 만들어놨는지가 중요한데 세일즈포스의 영업 채널 면에서 보면. 일부 대기업들이 세일즈포스를 도입했지만 SMB(중소기업) 시장에서는 입지가 크지 않은 편이다”며 “세일즈포스의 슬랙 인수가 글로벌 시장에서는 윈-윈 할 수 있는 발판이 되겠으나, 지금 당장 우리나라만 봤을 때는 크게 위협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