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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점직원 Mar 30. 2021

네이버와 쿠팡은 왜 무신사를 이길 수 없을까?

우리가 몰랐던 무신사에 대한 이야기

코로나19로 촉발된 소비패턴 변화로 쇼핑의 주도권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1위인 네이버와 쿠팡의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약 30% 남짓. 쿠팡과 네이버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유통업계의 자조 섞인 목소리가 우스갯소리가 아닌 상황이 되어버린 요즘입니다.


네이버와 쿠팡이 온 세상을 집어삼킬만한 기세로 맹렬하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시대에 기존 커머스 강자들, 오프라인 유통공룡들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넘어 매년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여주는 기업이 있습니다.



코로나 시국에 더 주목받는 기업

패션 멀티숍의 전통 강자

다 무신사 해.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무신사입니다.


무지 신발 사진이 많은 곳에서 패션 멀티숍, 그리고 패션 플랫폼에서 유니콘 기업이 되기까지. 무신사는 어떻게 대기업들이 부러워할만한 패션왕국을 구축할 수 있었을까요? 높은 성장률과 유아인에 가려져 우리가 그동안 자세히 알지 못했던 무신사에 관한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를 위한 메인페이지


많은 사람들이 메인 페이지를 MD가 잘 팔릴 것 같은 물건을 소싱해서 배치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일까요? 쿠팡과 네이버의 메인페이지를 한번 보시죠.


쿠팡의 메인 페이지는 총 4개 영역으로 구성됩니다.

1) 메인배너

2) 오늘의 발견

3) 라인 배너

4) 카테고리별 추천 광고상품

여기서 잠깐 문제! 4개 영역 중 어디까지가 광고이고 어디까지가 MD 소싱 영역일까요?

정답은 다음 이미지에 있습니다.


전체 4개 영역 중 1번, 2번은 MD 소싱 영역 / 3, 4번은 광고 영역입니다.


네이버는 어떨까요?

네이버 쇼핑의 메인페이지도 보시죠.


네이버 쇼핑 메인 페이지는 광고 영역이 없습니다. 철저하게 MD의 기획전 구성과 소싱 능력에 맞춰 메인페이지를 구성하는 방식이죠.


보통 일반적인 종합몰 메인은 광고 + 기획전 + 판매 베스트가 일반적인 구성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의 연장선상에서 쇼윈도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죠. 여태까지 우리가 보았던 메인페이지는 소비자의 취향이나 트렌드를 반영하기보다는 잘 팔릴 것 같은 (혹은 트렌드를 선도할 것 같은 물건)을 나열하는 다분히 공급자 주도의 메인페이지 였던겁니다.


무신사는 이 틀을 과감히 깼습니다.

지금 잘 팔리는 혹은 지금 인기 있는 상품의 랭킹을 전면에 내세웠죠. 이게 별거 아니여 보여도 사실은 굉장한 모험이자 용기입니다. 메인페이지 전면에 랭킹을 걸려면 랭킹이 인위적인 방법으로는 조작이 불가능해야 하고 소비자들이 랭킹에 대해 신뢰도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니까요. 무신사 랭킹에 걸려있는 물건들은 너무 구려, 돈 받고 랭킹 조작해주는 거 아냐?라는 이미지가 박히게 되는 순간 무신사라는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도가 흔들리게 될테니까요.

또한 메인페이지 광고 영역은 쇼핑몰 입장에서 꽤 짭짤한 수익원인데 무신사는 랭킹에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불필요한 광고를 다 제거해버렸습니다. UI 자체가 철저히 상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입니다.


랭킹의 가장 큰 장점은 트렌디하다는 것입니다.

시시각각 트렌드가 바뀌는 세상에서 주단위, 일단위로 기획전을 구성하고 메인을 광고로 채우는 기존 문법으로는 트렌드를 선도할 수도 따라잡을 수도 없습니다. MD의 인위적인 개입 없이 지금 사람들이 많이 보고 있고 많이 팔리는 상품의 순위를 실시간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고객이 랭킹을 보는 것만으로 실시간 인기상품과 이 시각 트렌드를 알 수 있게 될테니까요.


20년 1월 25일 - 조선비즈

무신사·지그재그·29CM... '백화점 안 가는 MZ세대 공략해 떴어요'

상품량이 방대하지만, 카테고리별로 판매 순위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덕에 최신 유행을 한눈에 포착할 수 있다. 이 순위가 젊은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커 "무신사 랭킹에 들기만 하면 길거리 유행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


20년 4월 13일 - 서울경제

무신사 올 거래액 1.5조 넘본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무신사의 랭킹을 보면 최근 유행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며... (중략)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를 먼저 생각한 메인 페이지.

무신사는 유행을 보여주는 수준을 넘어 유행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광고 없는 쇼핑몰


다른 쇼핑몰에는 다 있는데 무신사에는 없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키워드 광고입니다.


여기서 잠깐 키워드 광고가 뭘까요? 키워드 광고에 대한 네이버의 설명을 들어봅시다.

키워드 광고란 사용자가 특정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나의 상품이 상위에 노출될 수 있도록 해주는 광고입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원피스란 키워드로 상품을 검색했을 때 내가 설정한 상품이 검색결과 최상단에 노출될 수 있도록 해주는 광고죠. 키워드 광고는 고객이 해당 상품을 클릭했을 때마다 광고료를 지불하는 CPC (Cost Per Click) 방식이며 실시간 경매 시스템으로 가장 높은 금액의 광고비를 제시한 판매자의 상품이 최상위에 노출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카테고리 최상단에 노출되는 제품이 진짜 인기 있는 상품인지 광고비를 투입해 인위적으로 상위 노출로 올려놓은 상품인지 말이죠. 몇몇 쇼핑몰은 한술 더 떠서 광고란 문구는 교묘하게 가리고 실제로 인기 있는 상품 인척 포장하기도 합니다. 몇 가지 예를 볼까요.


옥션과 지마켓의 재킷/코트 카테고리

옥션(이미지 좌)의 경우 광고안내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우측 구석에 짱박아두고 찬스쇼핑, 주목할 만한 상품이에요라는 타이틀을 사용해 광고상품이 아니라 인기 있는 상품인척 눈속임을 하고 있습니다.


지마켓(이미지 우) 역시 같은 계열사 아니랄까봐 먼저 둘러보세요, 주목할 만한 상품이에요 라는 타이틀로 교묘하게 소비자들을 속이고 있습니다. 이커머스 생리에 빠삭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속기 딱 좋은 구조죠.


네이버는 상위노출로도 부족한지 광고 상품들은 배경 컬러를 다르게 해서 더 부각시켜 줍니다. 광고주 입장에서야 상위노출에 상품까지 부각시켜주니 돈 쓴 보람이 있겠지만 소비자의 입장은요? 언제까지 광고로 조작된 카테고리 페이지를 봐야만 하는 걸까요?


광고가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수익성을 위해 광고를 도입할 순 있지만 최소한 소비자를 기만하지는 말아야죠.


그동안 오픈마켓들은 수익성 개선이라는 미명하에 키워드 광고를 도입하고 상위노출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키워드 입찰 경쟁을 유도했습니다. 매출은 상품의 경쟁력이 아니라 광고비를 얼마나 더 많이 집행하느냐에 따라 좌지우지됐고 늘어난 광고비는 상품 원가에 반영되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었습니다. 키워드 광고를 통한 수익성 개선은 결국 소비자들을 등쳐 오픈마켓의 배를 채우는 꼴이 된거죠.


광고의 가장 큰 문제는 랭킹 조작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판매자들은 브랜드나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원가수준이나 역마진을 감수하고 광고비를 집행하여 상품을 상위 노출시키고 상위 노출된 상품이 잘 팔리면 판매 상위나 베스트에 올라가게 됩니다. 즉 상품의 경쟁력이 아닌 상위노출의 경쟁력으로 올라간 랭킹의 신뢰도를 담보할 수 없게 되는거죠.


무신사의 아우터 카테고리 페이지

이제 무신사의 카테고리 페이지로 가봅시다.

무신사 카테고리 페이지에는 광고가 없습니다. 오직 판매와 인기도에 따른 상품 랭킹과 브랜드 랭킹만 존재할 뿐이죠. 키워드 광고로 상품을 상위노출시켜 판매량을 높이는 인위적인 조작이 불가능한 구조라 고객들은 랭킹을 신뢰할 수 있고 판매자들은 브랜드와 상품의 경쟁력에 집중하게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겁니다.


무신사 랭킹이 다른 사이트보다 파급력과 영향력이 큰 건 바로 이 이유입니다.

조작 없는 진짜 랭킹이니까요.


무신사는 랭킹의 신뢰도를 지키기 위해 키워드 광고라는 수익원을 포기했습니다.

다른 사이트들이 랭킹을 메인 페이지 전면에 내세울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과감한 판매정보 공개


판매 데이터는 쇼핑몰의 핵심 경쟁력이 되는 자료입니다. 판매량이나 조회수를 통해 어떤 상품이 인기있는지 어떤 성별이나 어떤 연령대에게 잘 팔리는지 알 수 있고 이 자료를 토대로 향후 브랜드 전략이나 판매전략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기초자료죠. 이른바 요즘 화두가 되는 빅데이터 입니다.


보통 판매 데이터는 쇼핑몰의 핵심 경쟁력이라 고객들에게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요즘은 쇼핑몰들이 상품의 신뢰와 판매 촉진을 위해 판매량 데이터를 일부 공개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아직도 판매 데이터는 고객들에게 있어서 미지의 영역이죠.


무신사는 그런 거 없습니다. 연령별, 성별은 물론 조회수와 누적 판매 데이터까지 고객들에게 과감하게 공개합니다. 고객은 이 상품이 얼마나 조회되었는지 몇 개나 팔렸는지 알 수 있고 데이터를 근거로 나에게 어울릴만한 제품인지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무신사가 고객데이터를 공개하는 건 자신감의 발로입니다.

판매 데이터가 공개되더라도 회사의 경쟁력과 브랜드 인지도가 손상되지 않을 거라는 믿음

판매 데이터를 공개함으로 인해 고객이 얻을 편익이 더 높을 거라는 확인

우리는 판매랭킹과 판매수를 조작하지 않는다는 자신감


이 모든 요소가 결합되어야 판매 데이터 공개가 가능합니다.

무신사가 트렌드를 선도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회사의 이익보다 고객의 편익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판단은 고객의 몫으로 돌린다. 고객은 언제나 옳다는 믿음과 신뢰

무신사가 파는 것은 옷이 아니라 어쩌면 신뢰 그 자체인지도 모릅니다.




놀이터 같은 쇼핑몰


무신사스토어는 여느 쇼핑몰과 좀 다릅니다.

무신사의 첫 시작이 커머스가 아닌 커뮤니티였기 때문이죠.


무신사의 첫 시작은 2001년 프리첼 커뮤니티인 무진장 신발 사진 많은 곳이었습니다.

신발을 좋아했던 한 소년이 신발 사진을 공유하기 위해 만든 동호회가 웹사이트가 되었고 이후 2005년 영역을 넓혀 국내 최대의 웹 매거진, 2009년 무신사스토어라는 온라인 셀렉트숍이 된거죠.


무신사의 모태가 패션 커뮤니티였던 만큼 무신사스토어에는 곳곳에 커뮤니티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자칫 복잡해보일 수 있는 쇼핑몰 UI도 사실은 커뮤니티의 흔적 중 하나죠. 텍스트 위주의 UI는 기존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위화감없이 쇼핑몰에 녹아들 수 있는 일종의 장치이기도 하고 상품의 사진을 돋보이게 해주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나열된 텍스트 사이에 사진이 있으면 주목도가 높아지니까요.


그리고 쇼핑몰 UI와 함께 커뮤니티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영역. 바로 구매후기입니다.


소비자들은 상품 구매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 상품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실패를 줄이려고 합니다. 이때 다른 소비자의 사용경험이나 후기 같은 정보를 적극적으로 구매판단에 반영하게 되는데 이를 온라인 구전 (Online Word-of-Mouth)이라고 합니다. 일명 입소문 마케팅이지요.


리뷰의 중요성과 판매에 미치는 파급력이 날로 증가함에 따라 기업에서는 구매자들의 자발적인 후기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다양한 베네핏을 제공합니다. 후기를 쓰면 적립금을 제공하는 형태가 가장 보편적이죠.


무신사 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진을 포함한 상품후기를 작성하면 최대 3000원의 적립금을 제공합니다. 그런데 사진만 첨부하면 적립금을 자동으로 지급하는 타 쇼핑몰과 달리 가장 많은 적립금을 주는 스타일 후기의 경우 전신과 제품사진이 함께 나와야 적립금을 제공한다는 규칙이 존재합니다. 리뷰를 악용해 적립금을 타는 악성 사용자를 차단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인데 이것이 일종의 밈처럼 굳어져 놀이문화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죠.

 


때로는 후기로 회원들끼리 댓글놀이를 하기도 하기도 합니다.


무신사 후기는 단순히 후기를 넘어 일종의 놀이문화처럼 자리잡았고 재미있는 후기를 모은 후기 모음집이 유머게시판에 돌아다닐 정도입니다. 무신사 직원들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겠죠. 이런 문화는 사측에서 의도적으로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 없는 문화입니다. 무신사의 본질이 커뮤니티이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물이죠. 많은 기업들이 SNS와 커뮤니티로 상품을 홍보하나 성공사례가 드문 이유도 바로 이 지점입니다. 커뮤니티를 커머스의 문법으로 해석하려고 하니까요.


커뮤니티가 커머스와 다른 건 돈을 매개로 하지 않은 이용자의 자발적인 참여입니다.

내가 좋아서 한다 라는 동기부여가 필요한거죠. 커머스는 이 동기 부여 역시 돈으로 해결하려 합니다. 이벤트도 SNS 홍보도 유튜브 구독자도 돈을 뿌려서 모으려고 하죠. 돈을 쓰지 않고도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가 새로운 문화를 만들 순 없을까라는 고민은 하지 않습니다. 그런 걸 해본 적도 해보려는 시도를 한적도 없으니까요. 그런 건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는 일도 돈이 되는 일도 아니니까요.


무신사는 스토어 이전에 돈이 되지 않은 커뮤니티 운영을 10년 가까이 해왔습니다. 운영자도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사용자들도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가능한 거였죠.


좋아하는 것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모인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모인 힘.

그것이 무신사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지게 된 원동력입니다.




높은 재방문율의 비결. 무신사랑 다해!


20년 1월, 어패럴 뉴스가 조사한 온라인몰 트래픽 분석 결과에 따르면 무신사의 평균 체류시간은 8분 33초로 조사 대상 26개 몰 중 가장 높은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체류시간 1위, 페이지뷰 2위, 이탈률 2위로 모든 지표가 최상위권이었죠. 그런데 무신사는 이미 전적(?)이 있는 몸입니다.


19년 1월 18일 어패럴 뉴스

온라인쇼핑객 ‘패션 전문몰’서 가장 오래 머문다

개별 사이트 중 체류시간이 가장 높은 곳은 ‘무신사’로 7분에 달한다. 종합몰 대비 2배에 가깝다. 페이지뷰도 평균 10페이지에 달한다. 이는 소비자들이 장시간에 걸쳐 여러 페이지를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탈률은 33%로 낮은 편이었다.


17년 9월 8일 어패럴 뉴스

무신사·W컨셉 고객 체류시간 가장 높다

이 2개 사이트의 평균 체류시간은 7분이 넘는다. 오픈마켓이나 종합몰 대비 2배 이상의 체류 시간이다. 페이지뷰도 평균 12페이지 이상이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여러 페이지를 장시간에 걸쳐 본다는 것이다. 이탈률도 27%로 낮은 편이었다. 또 검색이나 비교사이트를 거지치 않는 직접 유입이 많은 편으로, 평균 40%에 달했다.


무신사는 2017년(2위), 2019년(1위), 2020년(1위) 3번의 조사에서 모두 체류시간 1위를 차지했습니다. (2017년에는 2위이긴 하지만 1초 차이니까 대충 1위라고 쳐주기로 함) 다른 수치들도 마찬가지인데 경쟁사들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 와중에도 무신사의 트래픽 분석은 늘 최상위권이었습니다. 한해 반짝 실적이 아니라 늘 꾸준하게 최상위권을 지켜왔다는거죠. 트래픽뿐만이 아니라 재구매의향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오픈서베이 패션 트렌드 리포트 2020 - 멀티브랜드샵/쇼핑몰의 재구매의향

오픈서베이의 2020 패션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무신사 이용 고객의 재구매율 의향은 39%로 2위의 2배, 3위의 4배에 이릅니다. 다른 데이터도 마찬가지입니다.


19년 12월 24일 - 한경 비즈니스

무신사 조만호, 신발 사진 커뮤니티 몸값 2조원대 ‘유니콘’으로

회원 연령대는 10대 15%, 20대 55% 등 10~20대의 비율이 무려 70%에 이를 정도로 Z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무신사스토어의 월평균 순 방문자 수는 1200만 명으로 재방문율은 91%, 재구매율은 65%에 이른다.


조사 데이터를 종합해보면 무신사의 방문 고객들은

① 가장 오래 머물고

② 가장 많은 페이지를 보며

③ 가장 적게 이탈하고

④ 90% 이상 사이트를 재방문하며

⑤ 50~60% 사람이 재구매를 한다

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입점브랜드가 많아서? 가격이 저렴해서? 브랜드 이미지가 좋아서?

아니요. 그건 결과론적인 분석입니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죠.


사진출처 - 서울신문

그렇습니다. 답은 바로 콘텐츠였습니다! (It`s the contents, stupid!)

그럼 무신사의 콘텐츠는 어떻게 높은 체류시간과 재방문율, 재구매율을 이끌어낼 수 있었을까요.



1) 신상품을 모아서 보여줄게

보통 브랜드의 소비 패턴은

1단계 - 내 취향의 브랜드를 발견
2단계 - 마음에 드는 상품을 구매
3단계 - 상품에 대해 만족할 시 재구매
4단계 - 브랜드의 팬이 됨

순으로 진행됩니다. 여기서 소비자가 4단계에 이르게 되면 브랜드 충성도는 높아지는 반면 해당 브랜드에 대한 소비는 이전 단계들에 비해 서서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이미 살만한 옷은 다 샀으니까.


결국 소비자의 반복적인 재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브랜드는 꾸준히 신상품을 출시해야 합니다. 하지만 보통 소비자는 한 가지 브랜드만 좋아하지 않습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버버*로 레이어드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죠. 소비자는 최소 두세가지 브랜드를 좋아하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입니다.

그리고 도매스틱의 취약점은 여기서 발생합니다.


소비자의 브랜드 충성도가 아무리 높아도 어지간한 충성고객이 아니면 신상품이 나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매일 그 브랜드의 홈페이지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좋아하는 브랜드가 한두개가 아니라면 더 그렇죠. 브랜드 네임과 자본력이 있는 기성 브랜드들은 광고도 하고 이벤트도 하면서 신상품을 홍보하지만 도매스틱은 그럴 자본력이 부족합니다.


무신사의 강점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여러 브랜드의 신상품과 룩북을 모아서 보여준다.


시즌 컬랙션 정보가 모여있는 무신사의 쇼케이스 페이지
패션쇼를 연상시키는 준지의 21 S/S 쇼케이스 페이지

무신사 쇼케이스 메뉴에 가면 입점 브랜드들의 시즌 신상품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마치 패션쇼나 유명 편집숍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게 만드는 멋진 배경음악과 상품 배치는 덤이죠.


HEICH BLADE 한상혁 디자이너의 런웨이와 21 S/S 룩북

쇼케이스뿐만 아니라 개별 디자이너 페이지에서도 룩북과 컬랙션 정보를 모아볼 수 있습니다.


도매스틱 브랜드의 개별 홈페이지에 갈 필요없이 무신사 하나면 모든 브랜드의 신상품 발매 정보를 볼 수 있고 구매까지 연결되는 구조죠.



2) 코디가 어렵다고?

예쁜 셔츠와 예쁜 바지를 샀는데 같이 입어보니 묘하게 이상했던 기억, 혹은 예쁜 신발을 샀는데 거기에 어울리는 옷이 없어서 어울리는 옷을 찾아해맨 기억. 패알못에서 뉴비로 등업하는 과정에서 누구나 한번씩은 겪는 시행착오들입니다. 이럴때 아 누가 어울리는 옷을 좀 추천해줬으면 좋겠는데 , 이것저것 찾지 말고 한번에 구매할 수 있는 코디샷 같은 거 없을까라는 고민들을 종종 하곤 하죠. 무신사는 이런 고민들을 한방에 해결해줍니다. 패알못인 당신께 드리는 무신사의 제안. 바로 코디숍코디맵입니다.


무신사의 코디숍
무신사의 코디맵

스트릿부터 비즈니스까지,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엄선한 10,000개의 코디샷은 코디에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들에게 시원한 솔루션을 제공해줍니다. 무신사에 가면 코디를 어떻게 해야 할지. 이 신발에 어울리는 어떤 바지를 사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일종의 큐레이션이죠.



3) 누가 트렌드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스냅을 보라

오늘날 무신사를 키운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스냅샷입니다. 조만호 대표가 생생한 거리 패션을 보여주겠다는 일념하에 시작한 스트릿 스냅은 스타일리시한 일반인의 길거리 패션을 모니터앞으로 옮겨왔고 내 또래 옷 잘 입는 사람들이 입은 평범한 옷들은 길거리를 넘어 X세대의 유행을 선도했습니다. 스트릿 스냅의 파급력이 엄청나다 보니 스트릿 스냅에 소개된 옷 잘입는 패션 피플이 셀럽이 되기도 했습니다. 반윤희 스타일, 구제의 배정남이 무신사가 배출한 대표 셀럽입니다.


지금도 간지가 넘치는 배정남

무신사의 정체성인 스트릿 스냅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만호 대표가 혼자 뛰어다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140명의 리포터가 전국 방방곡곡의 길거리 패션을 소개하고 있죠. 과거에 비해 파급력이 많이 줄긴 했지만 아직도 스트릿 스냅은 나와 비슷한 사람들은 어떤 옷을 입을까? ,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은 뭐지?란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에게 현재 길거리의 유행을 알려주는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무신사의 콘텐츠들. 룩북, 코디샷, 스트릿 스냅은 그 자체만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에디터도 필요하고 사진도 찍어야되고 디자인도 해야되고 오히려 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죠. 다른 커머스 사이트에서 저런걸 해보자고 기획안을 낸다면 아마도 이런 대답이 돌아올겁니다.


그걸 왜 해야 되는데?

그거 하면 매출이 얼마나 느는데?


그런데 돈이 안되는 그 일을 무신사는 십년째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리포터를 고용해 스냅사진을 찍고 오프라인 매거진을 발행해 길거리에 막 뿌리기도 합니다. 왜 어째서? 답은 간단합니다. 목적의식이 다르기 때문이죠.


무신사 스토어가 출범하던 2009년경. 도매스틱 브랜드는 낮은 브랜드 인지도, 열악한 A/S 등 고객과의 신뢰를 쌓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소비자의 입장도 마찬가지였죠. 보세옷에 택만 붙여 파는 일명 택갈이에 시달린 소비자들이 신생브랜드를 기피하는 경향을 보였으니까요. 무신사 스토어의 시작은 시장에 좋은 도매스틱 브랜드들을 소개하고 회원들이 믿고 구매할 수 있는 몰이 되어보자라는 것이었습니다.


21년 2월 1일 이코노믹 리뷰

'2030 열광' 무신사의 무서운 질주... "다 무신사랑 해"

무신사 회원들이 믿고 구매할 수 있는 패션 카테고리 판매처로서 역할하고자 2009년 커머스(commerce) 기능을 도입, '무신사 스토어(MUSINSA STORE)'를 선보였다.


무신사 스토어의 출범 의도가 회원들이 믿고 구매할 수 있는 몰이라면 무신사의 콘텐츠는 회원들이 사이트를 접속하여 트렌드를 살펴보고 연관된 상품을 구매하게 하는 훌륭한 유인책 역할을 합니다.


19년 6월 17일 매경이코노미

국내 1위 온라인 편집숍 무신사 | “나이키 신상 여기만 있네” 거래액 1조 급성장

무신사 회원의 65%는 ‘새로운 트렌드를 살펴보기 위해’, 48%가 ‘특별한 이유 없이 습관적으로 접속하는 경우’였다. 제품을 사기 위해 방문한다는 응답자 비율(52%)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무신사 회원들은 딱히 살게 없어도 습관적으로 무신사에 접속합니다. 습관적으로 접속이라는 말은 커뮤니티에서는 흔한 단어지만 커머스에서는 다소 낯선 단어입니다. 그리고 이 습관적이라는 말이 무신사의 높은 체류시간과 재방문율을 설명해주는 단어입니다.


최근 무신사로 인해 생긴 신조어가 있습니다.

콘텐츠 커머스, 커뮤니티 커머스

이 두가지 단어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콘텐츠와 커뮤니티가 커머스보다 앞에 온다는거죠. 커머스가 주가 되고 콘텐츠는 판매촉진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커뮤니티와 콘텐츠가 주고 커머스는 콘텐츠로 파생되는 연계 수단일뿐이라는 것입니다. 많은 패션몰들이 커뮤니티와 콘텐츠를 강조하면서도 쉽사리 도전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콘텐츠가 주가 아니라 커머스가 주기 때문이죠.


무신사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와중에도 본질인 커뮤니티와 커머스는 잊지 않았습니다.

무신사 안에서 트렌드를 보고 커뮤니티 활동을 하며 상품을 구매하는 패션에 관한 무신사안에서 모두 다할 수 있는 환경을 자연스럽게 조성했죠.


무신사랑 다 해! 진짜 허언이 아니였구나!




실패를 줄여주는 장치들


인터넷으로 옷을 샀는데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나의 생각과 핏이 달라 반품했던 기억.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것입니다. 고객 입장에서 나의 생각과 다른 옷이 왔을 경우 상품이나 브랜드의 신뢰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반품이라는 행위가 배송비를 부담하고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고객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반대로 판매자 입장에서 반품은 CS/물류 등 다양한 비용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수익율을 크게 저하시키는 요소가 됩니다. 때문에 업체에서는 수익율 개선을 위해 반품율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쿠팡발로 시작된 무료반품 경쟁이 이커머스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업체들은 앞다투어 무료반품 품목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반품관리 능력이 소비자의 만족도뿐만 아니라 기업 수익성과 직결과는 유통업계의 핵심경쟁력으로 부상하는 시대가 된거죠.


2019년 12월 30일 - 조선일보

어제까진 배송 경쟁… 이제부턴 반품 전쟁

FT는 "온라인 쇼핑은 오프라인 상점에서 구입할 때보다 반품할 확률이 거의 3배나 높다"며 "온라인 쇼핑객 중에선 정확히 어떤 물건을 고를지 확신하지 못해 같은 제품을 색상·크기별로 여러 개 주문한 뒤 나머지를 반품하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마치 집을 오프라인 매장 '피팅룸'처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품 관리업체 옵토로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한 해 동안 보잉 747 항공기 5600대를 꽉 채울 분량에 맞먹는 227만t의 반품 상품이 쓰레기 매립지로 간다"고 밝혔다.
반품 관리 능력은 소비자 만족도는 물론 기업 수익성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단순 변심, 주문 오류 등으로 발생한 반품 비용 일부를 소비자에게 부담시킨다고 해도, 제품 검수·재입고 절차에서 인건비·보관비 등이 발생한다. 재판매될 때까지 재고로 떠안고 있는 기간 동안 유행이 지나버리거나 보존 기한을 넘기며 상품 가치가 떨어지기도 한다. 옵토로에 따르면 반품 요청이 들어온 제품의 절반 정도만 재판매가 가능하고, 나머지 제품은 손상됐거나 박스가 개봉돼 원래 가격에 되팔기 어렵다고 한다.


자료출처 :  D-커머스 리포트 /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사례분석

2018년 서울대 유병준 교수 연구팀이 조사한 D-커머스 리포트 /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사례분석에 따르면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 입점한 셀러들의 평균 반품율은 1.7%로 가장 낮은 업종이 식품(0.4%), 가장 높은 업종이 패션의류(5.6%)로 조사되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식품은 포장을 뜯으면 반품할 수 없는 특성상 반품율이 낮으며 의류는 품목별 사이즈가 상이한 경우가 많아 반품율이 높다고 설명합니다.


의류의 반품율은 평균반품율의 3배에 이를 정도로 높습니다. 패션잡화와 비교해도 2배 이상인데 이는 의류가 규격화되어 있지 않고 결정요인이 다양하기 때문인것으로 풀이됩니다. 단순히 사이즈 문제 뿐만 아니라 내가 생각한 핏이 아니거나 컬러가 아니거나 입어봤는데 막상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죠. 이는 정보의 비대칭성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의류업계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반품을 줄일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선택단계부터 많은 정보를 제공해서 고객의 실패를 최소화할까 입니다.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해서 선택 실패 요인을 줄이는거죠.


무신사는 고객의 실패를 줄이기 위해 선택 단계에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1) 이 옷은 어떤 느낌일까 / 16핏 가이드

무신사의 16핏 가이드
남녀 16가지 체형 (16핏)

무신사는 일부 상품에서 핏가이드를 제공합니다. 신장과 몸매를 고려하여 체형을 8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후 체형별로 정사이즈와 오버사이즈 착용샷 이미지를 제공합니다. 고객들은 나의 체형과 비슷한 핏 가이드 이미지를 통해 내가 저 옷을 입었을때 어떤 모습이 될지 미리 유추해볼 수 있죠.



2) 나의 사이즈는 뭘까? / 마이 사이즈, 사이즈 추천


15년 7월 20일 브레이크뉴스

여성 의류 사이즈 표시 ‘제각각’..그 이유는?

반면 남성의류는 5개사 모두 ‘KS의류치수규격’에 맞게 가슴둘레, 허리둘레 기준 신체사이즈를 호칭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역시 실측 사이즈는 차이를 보였다.

세정의 인디안, 코오롱 FnC의 클럽 캠브리지 셔츠는 가슴둘레 실측 사이즈가 100cm로 호칭과 동일했지만 LF의 닥스는 같은 100임에도 116cm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의류업체 관계자는 “브랜드마다 추구하는 콘셉트가 다르고 매년 유행하는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사이즈라 하더라도 다를 수 있어 실측 사이즈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국가기술표준원에서는 한국인의 신체에 맞춘 의류 사이즈 표준인 KS 한국산업표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표준은 권고사항일뿐 강제성이 없고 브랜드 콘셉이나 유행스타일에 따라 같은 사이즈라도 실측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똑같은 95 사이즈라도 요즘처럼 오버핏이 유행할때는 평소 사이즈보다 가슴단면이 더 커지는 식이죠.


남성의류는 95, 100, 105 / 여성의류는 44, 55, 66 등 표준 사이즈는 있지만 실측이 규격화되어 있지 않아 사이즈 안내보다는 사실상 표기법이 가깝습니다. 또한 입어볼 수 없는 온라인 구매 특성상 의류 반품 중 사이즈 미스로 인한 비율이 가장 높죠. 반대로 생각하면 구매자에게 사이즈를 예측할 수 있는 정보를 최대한 많이 전달한다면 사이즈 미스로 인한 반품율을 최소화할 수 있을겁니다.


무신사는 품목별로 마이사이즈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최근 구매했던 제품 중 적합한 사이즈의 실측을 기재하면 기재한 실측을 바탕으로 제품마다 적합한 사이즈를 추천해주는 서비스죠. 구매내역과 연동하여 무신사 구매내역이 있을 경우 해당 제품 사이즈를 확인하여 실측을 입력하는 편의기능도 제공합니다.

사이즈에 관한 정보 제공 기능 하나 더. 바로 구매자들의 사이즈 추천 후기입니다. 구매자들의 키, 몸무게, 구매한 제품 사이즈를 기준으로 사이즈의 적합 여부를 알려주는 기능인데 마이사이즈와 사이즈 추천 후기 정보를 결합하면 근사치에 가까운 실제 사이즈 정보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에서 얘기하는 이른바 넛지효과를 유발하는거죠.


스마트 줄자,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사이즈 추천 등 많은 스타트업에서 신기술을 활용한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솔루션의 활용은 아직까지 제한적입니다. 사이즈가 어느 정도 규격화된 단일 브랜드에만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무신사처럼 다양한 브랜드를 취급하는 멀티숍들은 브랜드마다 사이즈가 제각각이고 핏도 다른데다가 실측이라는 기준도 측정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기껏해야 한시즌에 1~2백개 정도 상품을 출시하는 단일 브랜드의 경우 제품의 실측을 동일한 기준에서 측정할 수 있지만 3500여개의 브랜드를 취급하는 무신사의 경우 무신사내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의 실측을 동일한 기준에서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이즈 측정을 브랜드가 제공한 데이터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명이 측정하는 100~200개의 상품 (단일 브랜드)

3500명이 측정하는 3500개 브랜드의 수만가지 상품 (무신사)

의 측정값의 정확성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무신사는 당분간 이러한 사이즈 추천 전략을 유지할 수밖에 없어보입니다. 사실 무신사 입장에서 전략을 굳이 수정할 필요도 없죠. 다른 사이트들이 사이즈 관련한 솔루션을 도입한건 고객상품 후기가 부족했기 때문에 부족한 상품 후기를 기술로 채워보려고 했던거니까요. 이미 풍부한 고객 후기가 있는데 이걸 버리면서까지 신기술을 도입할 필요는 없죠. 오히려 강점인 고객후기를 축적하고 고도화하여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해서 사이즈 추천을 해주는게 더 맞는 방향일겁니다.




명성에 비해 아쉬운 UI/UX


1) 무신사 썸네일은 왜 더 긴걸까?


무신사의 목록 페이지의 썸네일 이미지를 보면 다른 사이트와 조금 다른것을 알 수 있습니다. 쿠팡, 옥션과 비교해보면 더 명확히 알 수 있는데 오픈마켓과 비교해보면 세로가 조금 더 깁니다.


모아놓고 동일 비율로 계산해보면 대략 이런 느낌이 됩니다. 그렇다면 왜 무신사 썸네일 이미지는 5:6 비율일까요? 무신사 옷 사이즈를 보면 왜 이런 비율이 됐는지 알 수 있습니다.

무텐다드 블레이저 M : 어깨 49 / 총장 77

무텐다드 슬랙스 30 : 허리 40 / 총장 101

각각 이미지 비율로 표시하면 블레이저 5:7 / 슬랙스 2:5 가 됩니다. 좌우 여백을 생각하면 상의는 5:6 정도 하의는 8:10 정도가 제품의 전신샷을 표시하기 가장 적합한 사이즈죠.


그럼 무신사의 5:6 비율과 W 컨셉의 8:10 비율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건 여성의류 사이즈를 보면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무텐다드 우먼즈 블레이저 S : 어깨 40 / 68

무텐다드 우먼즈 슬랙스 26 : 허리 36 / 90

각각 이미지 비율로 표시하면 블레이저 10:17 / 슬랙스 2:5 정도가 됩니다. 남성보다 어깨가 좁은 여성의 체형을 고려하면 이미지 비율은 남성복보다 세로가 약간 더 긴 비율이 좋겠죠.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여성복이 주력인 W 컨셉은 여성복의 비율에 맞는 8:10 썸네일을 남성복이 주력인 무신사는 남성복 비율에 맞는 5:6 썸네일을 사용한것으로 보입니다. 각 몰의 이용자 특성에 맞는 이미지 비율을 사용한거죠.


쿠팡과 옥션 같은 종합몰은 보통 한개의 목록 페이지를 상품만 바꿔가며 사용합니다. 즉 식품이나 의류나 똑같은 1:1 비율의 이미지를 보여준다는거죠. 썸네일은 크게, 취급하는 상품에 맞는 비율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런 섬세한 디테일은 특정상품만 취급하는 전문몰이 가질 수 있는 장점입니다.


아쉽지만 칭찬은 여기까지입니다. 



2) 다소 부정확한 검색엔진

서점군은 봄에 편하게 입을 맨투맨을 하나 구입하기로 합니다.

구입하고 싶은 상품도 있죠.

상품명은 아디다스 릴랙스 오버사이즈 크루넥

검색어를 입력하여 상품을 검색해봅니다.


상품명을 오타없이 정확히 입력했을때는 적합한 상품이 검색되나 상품의 명칭이 다른 경우 검색되지 않습니다. 그럼 동일한 상품명을 네이버에서 검색해볼까요.


네이버에서는 정확한 상품명을 입력하지 않아도 심지어 상품명 순서를 바꿔서 입력해도 검색엔진이 검색어를 자동으로 보정해주거나 유사한 상품을 찾아줍니다. 유사 검색 기능이죠.


국문이라면 모르겠으나 외래어의 경우 사람들이 정확한 표기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 의류에는 외래어를 많이 사용하는 추세인데 사람들이 많이 혼동하는 외래어 표기법은 검색어를 자동으로 보정해준다거나 유사 검색어 기능을 제공하는것이 필요해보입니다. 



3) 재질이 뭐에요?

과거에 비해 도매스틱의 인지도와 신뢰도가 많이 올라갔다고는 하나 아직 기성 브랜드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특히나 재질 문제는 도매스틱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꼬리표처럼 따라디닐 숙제죠. 비건 가죽, 업사이클링 패션처럼 최근 패션 업계의 화두가 지속가능한 패션인 이상 도매스틱도 이 문제를 피해가긴 어렵습니다. 앞으로 소비자들이 의류를 선택할때 재질을 선택 우선순위 제일 앞단에 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 상세페이지에서도 상품의 재질을 제일 위쪽, 가장 보기좋은 위치에 두어야겠죠.


하지만 많은 패션 멀티샵들이 재질에 큰 비중을 두지 않습니다. 의류의 구매 결정요인이 가격과 디자인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재질이야 상세페이지에서 잘 알려주겠지라고 생각하는거죠. 무신사는 그중에서도 특히 심각합니다. 무신사 상품 상세페이지에서 재질 정보가 있는 곳은 16500px 정도. 무신사 상품의 재질 정보를 보려면 스크롤을 20번 정도 내려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W컨셉과 H&M이 스크롤을 한번정도 내리면 상품 재질을 볼 수 있다는걸 생각하면 무신사는 문제가 많아 보입니다.



4) 다른 컬러는 어떠신가요?

무신사는 상품주요 정보 영역과 다른 컬러 영역이 타 사이트에 비해 간격이 조금 떨어져 있습니다. 유저가 이 상품의 디자인이나 핏이 마음에 드는데 다른 컬러는 없을까라고 했을때 다른 컬러를 찾기 쉬운 UI는 아니죠. 프레임을 분할해서 상단이랑 분리되는 느낌이라 더욱더 그런것도 있습니다.


다른 컬러 보기는 대표이미지를 축소한 형태로 제공하는데 상품을 자세히 보여준다라는 취지는 좋지만 근본적인 의문이 하나 있습니다. 저 작은 이미지로 다른 느낌을 알 수 있나? 저게 잘 보이긴 하나? 아니 애초에 핏도 디자인도 동일하고 컬러만 다른데 굳이 전신샷을 다 보여줄 필요가 있나? 제이크루처럼 컬러칩만 보여주면 안되나? 그래도 충분히 느낌을 알 수 있을것 같은데?

현재 다른 컬러를 안내하는 구조는 쓸데없이 영역을 너무 많이 잡아먹고 유저 입장에서 그다지 친절한 UI가 아닙니다. 차라리 컬러칩 형태로 영역을 줄이고 위치를 지금보다 상단으로 더 전진배치하는게 오히려 더 효율적인 UI겠죠.



5) 불필요한 요소 제거하기

무신사 스토어의 상품 상세페이지는 길이가 깁니다. 가능한 한 이용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보여줘서 선택을 돕는다는 기본 취지는 이해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너무 깁니다. 상세페이지 길이가 너무 긴 나머지 이용 편의성이 떨어질 정도로요. 콘텐츠의 강약, 경중을 구분해 사용자가 상품을 선택하는데 필요없는 정보는 과감히 제거하는 전략이 필요하죠. 한 픽셀이라도 덜어내야 되니까요.


불필요한 정보1 (이미지 좌측) 
상품 상세페이지 영역. 유아인 착장샷이 있는 제품의 경우 제품명 상위에 유아인 착장상품이란 키워드가 붙습니다. 유아인 착장 상품인것은 썸네일만 봐도 압니다. 바로 위에 유아인 사진이 떡하니 있는데 사용자에게 굳이 그걸 강조해줄 필요는 없죠. 

제품의 영문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상품의 상세페이지에 들어온 이상 릴렉스드 베이식 블레이저라는 제품명의 영문명은 굳이 보여줄 필요가 없습니다. 외래어로 표기된 상품이라도 사람들은 릴렉스드 베이식 블레이저라고 한글로 치환해서 검색하고 인식할테니까요. 제품의 영문명보다는 차라리 제품의 품번을 보여주는게 사용자 입장에서는 더 쓸모있는 정보일겁니다.


불필요한 정보2 (이미지 우측)

롯데온글에서 한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사람들이 좋아요와 공유하기 버튼을 누르는 위치는 대중이 없습니다. 상품의 상단 정보만 보고 누를 수도 있고 상세페이지 정보를 모두 보고 누를수도 있고 후기를 본 후 누를 수도 있죠. 이용자가 상단, 중단, 하단 어느 시점에서 좋아요와 공유버튼을 누를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좋아요와 공유 버튼은 스크롤이 내려가도 항상 동일한 위치에 있도록 스티키로 고정시켜놓는것이 최근의 추세입니다. 무신사 역시 구매하기 버튼 옆에 좋아요와 공유하기 버튼이 항상 따라다니도록 스티키로 고정해놨는데 이러면 본문에 있는 공유하기와 좋아요 버튼이 딱히 쓸모가 없어집니다. 가뜩이나 콘텐츠 길이도 긴데 사람들이 콘텐츠 중간에 있는 좋아요와 공유하기 버튼을 찾아서 누르기 보다는 그냥 눈에 바로 보이는 하단 스티키 영역의 좋아요와 공유하기 버튼을 누르겠죠. 그러라고 만든거고요. 콘텐츠 중간에 있는 좋아요와 공유하기는 중복 기능이기 때문에 제거하는것이 조금이라도 콘텐츠 길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6) 그래서 얼마에 살 수 있는데?

무신사에는 뉴비부터 다이아까지 8개의 회원등급이 있습니다. 등급은 구매 금액과 보유 포인트를 합산하여 결정합니다. 포인트는 구매금액 / 10으로 계산되죠.


활동을 하나도 하지 않고 포인트도 없이 순수하게 구매금액만으로 등급을 달성한다고 하면 최고등급인 다이아몬드를 달성하기 위해선 2000만원 이상의 상품을 구매해야 합니다. 


무신사 상품 상세페이지에서는 최고 등급인 다이아몬드부터 (4% 할인) 정가에 구매하는 비회원까지 가격 범위를 안내합니다. 이건 로그인 후에도 마찬가지인데 내가 정확히 얼마에 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지는 가격 범위 정보를 눌러봐야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가격 범위 정보 안내는 쓸모가 없습니다. 고객들이 알고 싶은건 그래서 나는 이 제품을 얼마에 살 수 있는가이니까요.

무신사의 회원 대부분은 3~5레벨 사이입니다. 고객의 등업 동기부여를 위해 등급에 따른 할인가격을 노출했다라는 의도도 의미가 없습니다. 2000만원어치를 사야 4% 할인해주니까요. 동기부여라는건 내가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재화의 가치가 커야 의미가 있는건데 그 기준 자체가 까마득하게 높고 그걸 통해 얻을 수 있는 베네핏 역시 크지 않습니다. 그냥 회원등급쿠폰 적용하는게 훨씬 할인율이 높을겁니다. 차라리 그냥 명시적으로 로그인했을때 확정 금액을 안내해주는게 고객입장에서는 더 편하고 훨씬 의미가 있을 겁니다. 아무리봐도 이 가격 범위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7) 중요한 정보는 뭔가요?

무신사가 다른 사이트에 비해 차별화되는 가장 큰 경쟁력은 바로 코디샷과 상품 후기 영역입니다. 특히 상품별로 수십, 수백개씩 쌓여있는 고객 후기는 다양한 체형을 가진 구매자들의 실제 후기여서 신뢰도가 높고 구매자들이 상품을 선택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그렇다면 무신사만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콘텐츠인 후기를 사용자 접근성이 좋은 상세 페이지 상단 영역에 배치한다면 고객들의 구매전환에 큰 도움이 되겠죠.


무신사, 네이버 쇼핑, W컨셉의 상단 영역 비교

위 이미지는 동일한 비율로 상세페이지 상단을 구성하고 있는 콘텐츠와 기능을 비교한 영역 비교 화면입니다. 네이버 쇼핑과 W컨셉이 비슷한 위치에 정보/후기/문의 탭이 위치해 있는 반면 무신사는 그것보다 1000px 정도 아래에 정보/사이즈/후기/문의 탭이 위치해 있습니다. 무신사 사용자들이 후기를 보기 위해 네이버 쇼핑이나 W컨셉에 비해 1000px 을 아래로 더 내려야 한다는 얘기죠.

왜 무신사만 후기 버튼이 더 아래로 내려가 있는걸까? 보통 다른 사이트라면 상품 페이지 최하단에 위치해 있는 다른 상품과 연관상품이 상단 영역에 배치되어 있는 것이 한가지 이유고 다른 사이트에는 없는 코디와 브랜드 스냅이 존재하는 것이 또다른 이유입니다. 


니가 뭘 필요로 하는지 몰라서 다 준비해봤어

무신사 상세페이지 UI의 가장 큰 문제는 보여주고 싶은,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가 너무 많아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끌어모아 상세페이지에 다 때려넣었는데 (니가 뭘 필요로 하는지 몰라서 다 준비해봤어) 정보의 우선순위, 연관정보의 그룹핑이 잘 되어 있지 않아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찾기가 너무 어렵고 상세페이지가 복잡하다는데 있습니다. 


상세페이지 길이를 비교해보면 명확히 알 수 있죠.

무신사 : 약 16,000px

네이버쇼핑 : 약 8,800px

W컨셉 : 약 13,000px


Desktop에 비해 Mobile의 세로 스크롤 저항감이 덜하다고는 하나 무신사의 문제는 스크롤이 너무 긴것이 아니고 정보를 효율적으로 보여주지 못한다라는것에 있습니다. 요약할 수 있는건 요약하고, 숨길 수 있는건 숨기고, 묶을 수 있는 정보는 묶어서 고객의 스크롤을 최대한 줄이고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죠.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상세 페이지 상품 주요 정보 영역에서 상품을 인식하거나 구매하는데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카테고리, 유아인 착장 문구, 영문 제품명 3가지 정보를 삭제했습니다. 이 3가지 정보를 제거한것 만으로 세로 스크롤이 60px 줄였고 상품의 주요정보를 인식하는데 불필요한 시선 분산 요소를 제거하여 고객이 주요 상품 정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무신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기능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입니다.




무신사의 딜레마


겉보기에는 마냥 잘나가는것처럼 보이지만 무신사라고 고민이 없는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비주류에 불과했던 스트릿 패션이 서서히 주목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메인스트림에 입성했던 것이 2018년. 콧대높던 루이비통이 오프화이트의 버질 아블로를 수석 디자이너로, 버버리가 하이패션과 스트릿 패션의 선구자라 일컬어지는 리카르도 티시를 영입했던것도 바로 이 시기입니다. "명품브랜드에서 선보인 컬러와 유행 스타일을 1~2년후에 캐주얼 브랜드에서 똑같이 따라하지" 라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미란다 (메릴 스트립)의 대사처럼 유행을 발빠르게 캐치하는 하이패션업계에서 스트릿 패션을 주력으로 밀기 시작한 이상 스트릿이 주력 트렌드가 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흐름이었죠. 무신사의 매출이 전년도에 비해 2배 이상 폭발적으로 성장한것도 하이패션에서 앞다투어 스트릿을 주력으로 밀기 시작한 2018년에서 1년이 지난 2019년입니다.


무신사의 폭발적인 성장 이면에는 이런 사회적, 문화적 트렌드의 변화가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어찌보면 운이 좋았다라고 볼수도 있고 시대의 조류에 잘 편승했다라고 할수도 있겠죠. 물론 마냥 운이 좋았던것만은 아닙니다. 일본 불매운동 와중에 많은 브랜드들이 타도 유니클로를 내세우며 빈집털이를 노렸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것은 탑텐과 무신사뿐입니다. 무텐다드가 론칭된 것이 2015년, 사람들은 유니클로와 비슷한 느낌의 브랜드를 원했지만 유니클로의 빈자리를 노린 급조된 느낌의 다른 브랜드와 달리 스탠다드라는 기본템 위주의 아이템을 판매했던 나름의 아이덴티티를 가진 무텐다드가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유니클로에 가까운 대체제였으니까요. 무텐다드 역시 일본불매 바람을 타고 급조된 브랜드였다면 지금과 같은 폭발적인 성장은 불가능했을겁니다.


스트릿 패션의 대중화, 일본불매운동, 코로나 여파까지 무신사 입장에서는 정말 운이 좋았던 시기였고 반대로 여태까지 잘 쌓아왔던 포텐이 흐름을 타고 폭발한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블랙 프라이데이 마케팅이라던가 유아인을 내세운 전방위적 홍보 등 무신사도 이 흐름을 잘 이용하기도 했고요. 무신사의 고민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지금까지는 잘 성장했고 플랫폼 경쟁력도 높아졌지만 앞으로는? 카카오나 네이버처럼 플랫폼 경쟁력을 이용해 어느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해야 할까? 이게 최근 무신사의 가장 큰 고민입니다.


무신사의 주력 회원은 10~20대 남성입니다. 이 연령대가 온라인에 친숙하고 유행에 민감한 이른바 Z세대라 불리는 90년~00년생들이죠. 스키니에서 조거팬츠로 조거에서 와이드팬츠로 시대에 따라 유행은 늘 변합니다. 그리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사회적 위치, 높아지는 수입, 변화되는 체형에 따라 옷스타일이 달라지기도 하죠. 무신사의 취약점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무신사 이미지가 스트릿 패션의 절대강자로 굳어져있고 10~20대 남성으로 소비계층이 한정되어 있다보니 확장성에 제한이 생기는거죠. 물론 확장성에 큰 욕심이 없고 그냥 지금처럼 10~20대 유행의 선두주자로써 남겠다고 하면 큰 문제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평소같은 출산율이 유지된다면 신규 출생아들이 기존 10~20대들이 떠난 자리를 채워줄테니까요. 문제는 우리나라가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0.8명대 출산율을 자랑하는 초저출산국가라는데 있습니다. 앞으로 10년 후 무신사에서 옷을 구매할 가능성이 있는 구매연령층이 지금의 반토막 수준으로 쪼그라들 수 있다는 얘기죠.


결국 무신사의 플랫폼 확장은 성장을 위해서가 아닌 10년후 20년후 무신사의 존폐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상황이 되어버린거죠. 신규 유입되는 10~20대는 지금처럼 무신사로 유입시키고 점점 나이를 먹어가는 지금의 20~30대 고객들이 나이를 먹어도 무신사 플랫폼에서 옷을 구매할 수 있도록 캐주얼, 하이패션, 기능성 등 판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무신사도 이런 취약점은 본인들이 가장 잘 알고 있고 판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무신사랑 다 해! 프로젝트



1) 우신사 (2016년)

10~20대 남성 패션 시장을 무신사가 어느정도 평정했다면 여성 패션시장은 아직도 춘추전국 시대입니다. 두각을 나타내는 플레이어는 있지만 뚜렷하게 시장을 장악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업체는 아직 없죠. 무신사가 10~20대 남성 패션시장을 장악했다면 여성 패션으로 눈을 돌리는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무신사가 우신사를 비교적 순조롭게 론칭하고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젠더 뉴트럴입니다. 남성복과 여성복의 경계가 허물어지는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여권신장운동과 함께 최근 그런 경향이 더욱 심화되고 있죠. 과거와 달라진건 흔히 남녀공용이라 일컬어지는 젠더리스에서 최근에는 아예 성별 자체를 구분짓지 않는 젠더 뉴트럴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경향은 코로나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외출이 제한적이다보니 남에게 보여주는 패션보다 편하게 다양도로 입을 수 있는 실용적인 아이템들이 주목받고 있는거죠.

우신사는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우신사의 성장으로 인해 그동안 남성에게 편중되어 있던 회원 비율도 남성 55%, 여성 45%로 균형이 맞춰졌고 2020년에는 거래액 2500억을 달성하며 오랫동안 여성 전문 편집숍의 1위 자리를 수성하던 W컨셉을 추월했습니다. 첫 사업다각화는 어느정도 성공한 모양새입니다.



2) 솔드아웃 (2020년 7월)

많은 사람들이 무신사를 온라인 패션 멀티숍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무진장 신발 사진 많은 곳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무신사의 근본은 신발 커뮤니티입니다. 무신사 초창기 모습이 스니커전문멀티숍이기도 했고 한정판 스니커즈 전문 거래서비스야 말로 무신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죠.


솔드아웃에서 눈여겨봐야할건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고 도메인입니다. (www.soldout.co.kr) 도메인 사냥꾼들이 보면 눈이 휘둥그래질만한 이름이죠. 투자까지 받았겠다 실탄이 넉넉한 무신사에서 돈주고 산걸까요? 솔드아웃은 앱이라 도메인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텐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 잠깐 솔드아웃의 도메인 정보를 보시죠.



솔드아웃을 운영하는 주체가 무신사이니 도메인 등록인이 CEO인 조만호 대표인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건 등록일과 책임자입니다. 등록인도 조만호 책임자도 조만호, 등록일은 2001년.


어? 뭔가 이상합니다.

보통 회사 명의의 도메인은 등록인이나 책임자 둘 중에 하나에 회사 명이 붙습니다.

등록인 조만호 / 책임자 (주)무신사

등록인 (주)무신사 / 책임자 조만호 

같은 형식이죠. 등록인과 책임자 둘 다 회사명이 아닌 CEO 이름이 붙는 건 굉장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돈주고 산 도메인이라면 둘 중 하나에는 회사이름이 붙어야 되거든요. 도메인도 회사의 자산이니까요. 등록자도 책임자도 조만호고 도메인 등록은 우연히도 무신사가 프리첼 카페로 처음 시작된 2001년이다? 


이 모든 얘기를 종합하면 솔드아웃.co.kr 이라는 도메인은 서비스를 론칭하기 위해 돈주고 산게 아니고 조만호 대표가 2001년부터 개인적으로 20년 가량 소중하게 간직해왔던 도메인이라는 얘기가 됩니다. (만호형의 미래를 내다보는 큰그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솔드아웃 도메인이 재미있는건 무신사 도메인 정보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현재 무신사 홈페이지는 .com 도메인을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musinsa.co.kr 도메인으로 들어가면 무신사 홈페이지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도메인 등록정보를 보면 무신사.com 도메인의 등록일은 2002년 (무신사 소유) / 무신사.co.kr 도메인은 2018년 도메인 사냥꾼에게 뺏겼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무신사의 정품감정 서비스와 발매정보, 스니커의 역사를 다루는 콘텐츠 그런게 뭐가 중요합니까. 만호형이 무신사 도메인을 뺏기는 와중에도 20년동안 놓지 않았던 소중한 솔드아웃 도메인을 내어준 서비스인데요. 솔드아웃은 잘될겁니다. 아니 잘되야합니다. 사업다각화고 나발이고 스니커 매니아였던 만호형이 20년동안 준비했던 꿈이자 숙원사업이 바로 솔드아웃이니까요.



3) 셀렉트 (20년 9월)

무신사 셀렉트는 무신사에서 선보이는 브랜드 큐레이션 서비스입니다. 뚜렷한 아이덴티티를 갖고 자신만의 트렌드를 만드는 컨템포러리 하이엔드 브랜드를 직접 발굴하여 소개하는 서비스... 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사실 그렇게 거창한건 아니고 그냥 무신사에 입점한 브랜드 중 어느 정도 급이 있는 브랜드들만 모아놓은 고오급 무신사, 하이엔드 무신사 정도라도 보는 게 오히려 더 적합합니다. 


사실 하이엔드는 무신사의 기존 브랜드 이미지와 가장 거리가 먼 영역입니다. 무신사의 강점이 신진브랜드를 발굴해 그것을 시장에 소개하고 키워나가는것이라면 하이엔드는 가장 대척점에 있는 존재니까요. 무신사가 무이나 분더샵보다 바잉 능력이 좋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답은 분명합니다. 하이엔드는 무이와 분더샵이 컨템포러리는 라움과 비이커가 시장을 선점했고 그 외에도 크고 작은 편집샵들이 단계별, 분야별로 자리잡고 있으니까요. 수많은 하이엔드-컨템포러리 편집샵들 사이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남다른 소싱이나 바잉 파워를 보여줘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일이죠. 결국 무신사 셀렉트는 무신사에 입점한 브랜드 중 어느정도 값나가는 브랜드만 모아서 보여주는 고오급 무신사라는 이미지를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는 게 문제입니다.


셀렉트가 성공하려면 기존 편집샵과 다른 차별화가 필요합니다. 현재까지는 글쎄요.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지켜봐야겠죠.



4) 골프 (20년 12월)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으면 테니스나 볼링을 치고 2만달러가 넘으면 골프를, 3만달러를 넘으면 승마를, 4만달러를 넘으면 요트를 탄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도 2006년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서면서 골프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기도 했죠. 하지만 산이 많은 지형적 특성때문에 골프장 이용료가 비싸고 골프의 진입장벽이 높은데다가 노년층이 즐기는 귀족스포츠라는 이미지가 강해 대중화에는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최근 2030세대에서 골프 열풍이 분 원인은 복합적입니다. 스크린 골프장이 보급되면서 이용료가 저렴해졌고 주 52시간 근무제 확산에 따른 워라벨 중시, 유행을 쫓고 부를 과시하는 2030세대의 특성이 골프와 잘 맞아떨어져서 생긴 결과죠.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레저백서 2020에 따르면 국내 골프 인구 약 470만명 중 2030은 전체의 18%인 85만명, 골프웨어 시장규모는 2020년 5조1250억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단순히 비율로 역산해도 2030세대 골프웨어 시장 규모는 연간 1조원 가량에 달한다는거죠. 규모뿐만 아니라 증가세 역시 무시무시한데 신세계백화점의 2030 골프용품 매출은 전년대비 155%, 현대백화점은 182%로 조사되었습니다. 골프웨어 시장은 2030이 주력인 무신사 입장에서는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블루오션이며 꼭 사수해야할 미래먹거리 산업인거죠.


무신사가 골프웨어 시장에 진출하며 택한 방법은 정공법입니다. 강점인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워 소비자들을 공략하겠다는거죠. 저는 무신사 골프가 무신사의 플랫폼 확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무신사는 정관에 다양한 사업목적을 추가하며 여러가지 분야로 진출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무신사 아울렛, 무신사 팩토리 등 상표권을 출원하며 무신사가 아울렛 사업에 진출하는 건가? 라는 의혹을 받기도 했죠. 모 언론사는 이를 잡식성 성장전략이라 표현하더군요. 못할게 뭐 있나요. 돈도 있겠다 무신사가 어디까지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지 재미있게 지켜봅시다.



진짜 좋아하는것과 존버의 승리


무신사가 처음 시작됐던 2001년. 스트릿 패션은 비주류중에 비주류였습니다. 

하이앤드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스트릿 패션을 접목한 콜렉션을 선보이고 스트릿 패션이 유행의 선두에 설줄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요. 


무신사는 하루아침에 성장하지 않았습니다.

20년의 업력동안 성장을 위한 기반을 차곡차곡 쌓으며 포텐이 터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을뿐이죠.

물론 많은 운이 따랐던 것도 사실이지만 무신사는 그 운을 영리하게 이용할 줄 알았습니다. 20년동안 갈고 닦은 훌륭한 포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겠죠. 그야말로 존버의 승리입니다.


무신사는 늘 초심을 잃지 않았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돈이 따라오게 되었고 성장의 와중에서 무신사의 정체성이자 본질인 커뮤니티과 콘텐츠는 항상 잊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브랜드의 상품을 돋보이게 할 수 있을까, 눈앞의 이익보다는 어떻게 하면 고객이 옷을 편하게 잘 고를 수 있을까를 늘 고민했습니다.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패션업계에 무신사가 주는 교훈은 간단합니다.


- 진짜로 좋아하는 것,

- 판매자와 고객을 우선하는 마음은 고객들이 제일 잘 안다는 것,

- 그것이 충성고객을 만든다는 것.


어쩌면 단기간의 매출 향상을 위해 저가 출혈경쟁에 매몰되어 있는 이커머스 업계 전체에 주는 교훈일수도 있겠습니다.




은평구 갈현동의 어느 가정집,
컴퓨터 책상에서
옷을 좋아하는 30대 중반의 서점직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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