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기술자 일당 33만원 통계, 터무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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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2.03. 오전 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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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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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의 溫技] 실제 임금과는 다른 수치

(지디넷코리아=이균성 총괄에디터)2일 IT 업계 종사자들의 눈길을 끄는 통계 자료가 하나 나왔다. 국내 SW 개발자의 평균 일당이 32만6천717원이라는 뉴스였다. 반올림 하면 33만원이다. 업계 대표 이익 단체인 한국SW산업협회가 낸 통계다. SW와 관련된 28개 직무의 평균을 낸 것이라고 한다. 또 이 수치는 지난해에 비해 7.7% 늘어난 것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2% 안팎인 걸 감안하면 임금 인상폭이 적은 것 같지는 않다.

이 소식에 종사자 반응은 어떨까. 달리 알아볼 방법이 마뜩치 않으므로 뉴스에 달린 댓글부터 보기로 했다. 첫 번째 반응은 이 수치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이 숫자는 SW 개발자의 원천소득증명서에 찍히는 돈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세전(稅前) 수익과 상관없다는 뜻이다. 그러면 어떤 숫자일까. 회사가 입찰 견적서에 써넣는 평균 노임인데 실제보다는 부풀려진다는 거다.

이 주장을 확인할 길은 없다. 확인하려면 각사가 입찰에 참여할 때마다 견적서에 적는 SW 노임과 실제 직원들에게 주는 임금을 비교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실증할 방법은 없다. 왜? 누구도 그것을 연구하지는 않으니까. 그런데도 이 주장에는 상당한 일리가 있다. 왜? SW 업계의 현실이 실제로 그러하니까. 짐작만은 아니다. 이 자료의 작성 주체가 비고를 통해 그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SW협회는 이 자료를 배포하면서 “SW기술자 평균임금은 SW산업진흥법 제 22조(SW사업의 대가 지급) 4항 ‘소프트웨어기술자의 노임단가’를 지칭함”이라고 적어놓았다. 여기서 ‘소프트웨어기술자의 노임단가’라는 말이 중요하다. 그동안 이 용어가 왜 나왔고 어떻게 쓰여 왔는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말은 실제 임금보다 견적서에 쓰는 노임으로써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를 알려면 한국 SW 산업에 대한 약간의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 SW 산업은 사실 페이스북이나 아마존보다 긴 역사를 갖고 있다. 태동한 지 40년에 가깝다. 그런데 살아온 길은 미국 SW 업체와 완전히 다르다. 우리 SW 산업은 한 마디로 건설업과 같다. 지난 40년 동안 SW 기업 최대 숙제는 발주처로부터 정당한 노임단가를 받는 것이었다. SW 자체가 인정되지 않으니 인건비로 싸워왔다.

아예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그 자체로 가격이 매겨지는 SW를 별로 갖지 못했다. 어떤 상용 SW를 개발해도 결국에는 그 자체의 가격보다 용역 사업을 해야만 했다. 그런데 용역 사업의 총 수행비가 결정되는 방식이 그렇다. 해외 장비와 SW는 그 자체의 가격 혹은 라이선스 비용으로 계산되지만 우리 SW는 대개 시스템을 통합(SI)하는 인력의 용역비와 뭉뚱그려서 계산되곤는 했다.

그것마저 늘 ‘최저가’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주요 사업자가 최저가 계약을 서슴지 않으니 을과 병과 정으로 줄줄이 매달린 하청 SW 업체들은 노임단가를 말할 엄두도 못 냈다. 우리 SW 업력이 30~40년이 되었지만, SW를 개발하면서도 용역 기반의 사업을 펼치는 기업 가운데, 삼성SDS처럼 대기업 기반이 아니고서는, 적절한 이윤을 남기며 매년 성장하는 기업을 찾을 수 없는 이유가 그것이다.

일당 33만원이 이처럼 ‘허구의 수치’라면 진짜 숫자는 얼마나 될까. 역시 댓글로 보건데 그것의 50%라는 사람도 있고 3분의 2 즉 67%라는 사람도 있다. 이 숫자 또한 실증할 방법은 없다. 아마 그 언저리 어디쯤일 것이다. 다만 용역을 주로 하면서 대기업 이외의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그 숫자들에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어쩌면 그것마저도 과장되었다고 느낄 사람이 더 많을 수도 있다.

이 통계에서는 월 평균 근무일수가 21일이다. 따라서 국내 SW 산업 종사자의 평균 연봉은 약 8천300만원(33만원 X 21일 X 12개월)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SW 종사자들한테 무슨 불만이 있겠는가. 2018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 평균 연봉은 3천624만원이었다. 6천952만원이 넘으면 상위 10%에 해당한다. 과연 그런가. 삼성SDS라면 몰라도 30만명 이상의 SW 기술자들이 상위 10%에 해당되나.

여기 나온 숫자들은 꼭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다만 개연성을 기반으로 추론한 것일 뿐이다. 이 추론에 인정할 수 없는 오류가 있다면 반론과 증거들이 제시될 것이다. 하지만 이 추론이 크게 빗나가지 않는 것이라면 모두 다시 생각해야 할 일이다. 특히 정부와 SW산업협회는 대답을 해야 할 것이다. 이 수치는 왜 필요한가. ‘SW 기술자 평균 일당 33만원’이라는 숫자는 누구와 무엇을 위한 건가.

이균성 총괄에디터(sereno@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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