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프로젝트의 딜레마 – 리서치를 잘 할수록 고민이 늘어난다

에 의해서 | 2016-01-15 | Mobile & UX | 코멘트 0개

최근에 UX 프로젝트, 강의, 컨퍼런스 발표 등을 수행하며 상당히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프로젝트, 강의 등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어려운 상황을 겪게 되는데, 어느 날 이런 상황에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재미있게도 UX 프로젝트를 잘 수행하는 팀일수록 초기에 더 고민이 많아지고 어려움에 빠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런 UX 프로젝트의 딜레마에 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UX 프로젝트의 딜레마

리서치를 잘 할수록 문제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최근에 학생들과 기업의 UX 프로젝트 포트폴리오를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접하게 됩니다. 꽤 쓸만한 결과물도 있지만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을 서비스를 멋지게 포장하려 한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프로젝트는 과연 무엇이 부족했을까요? 부족하다고 느낀 포트폴리오는 그들이 해결하려고 한 문제가 정말 의미 있는 문제가 아닐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는 제품과 서비스가 성공할 수 있는지는 무엇을 할 지 정하는 단계에서 거의(80~90%) 결정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제품의 방향성을 정하는 이런 초기 의사 결정을 창업자나 의사 결정권자의 직관을 중심으로 할 수도 있고, 벤치 마킹과 조사 등을 바탕으로 할 수도 있으며, UX 리서치를 수행해서 사용자의 행동과 말을 근거로 할 수도 있습니다. 이 과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제품의 성공은 “무엇을 할 지 정하는” 단계에서 80~90% 결정된다.
  2. 무엇을 할지 정하는 근거로 아주 중요한 것이 “UX 리서치 결과물”이다.
  3. UX 리서치의 핵심은 사람들이 겪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무엇(사물, 사람)”을 조사할지 정하는 것이다.

주요 내용만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품의 성공 여부는 사람들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무엇”을 조사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데 보통 리서치를 시작할 때는 문제가 명확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AAA한 기능을 하는 BBB 제품을 만들겠다고 리서치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관점을 정하고 사용자 관찰, 인터뷰 등의 조사를 수행하고 나면 혼란에 빠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상당한 경우에 ‘우리가 생각하는 제품을 사용자들이 원하지 않는다’는 불편한 진실을 리서치 결과로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처음에 제품 방향을 잘 잡았다면 유용한 리서치를 수행하고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했다면 혼란에 빠집니다.

역설적으로 리서치 수행을 잘 하면 잘 할수록 처음 정의한 문제가 적절한지 의심할 가능성도 커집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따라 프로젝트의 방향성과 성패가 좌우되기 마련입니다.

스티브 포티걸은 Interviewing Users 책에서 아이팟 사용 리서치를 예로 들고 있습니다. 클라이언트는 집, 직장, 자동차 등 사용 장소에 따라 아이팟 사용자가 불편해하는 개선 요구사항을 찾아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조사 결과 사람들은 한 장소에서 제품을 사용할 때 보다 장소를 이동할 때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음악을 듣다 다른 행동을 할 때처럼 주변 상황이 바뀔 때 사람들이 많은 혼란을 겪는다는 것입니다. 리서치 팀은 진짜 문제를 찾았다고 흥분해서 클라이언트에게 이런 내용을 이야기했지만 클라이언트는 초기 문제에 집중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처음 설정한 방향 안에서 분석 결과를 정리하고 새로 발견한 사실은 기회 요소로 정리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고 합니다.

리서치 결과가 원래 생각한 것과 다르다고 느끼는 순간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할까요? 대략 다음처럼 나뉘는 것 같습니다.

리서치 결과가 의도와 다르게 나올 때의 대처 방법

  1. 초기에 정의한 틀 안으로 논의를 모은다
    • 초기에 설정한 방향에 따라 리서치 결과를 정리한다.
    • 초기에 정한 해결할 문제와 관련되는 결과는 자세히 분석하고 추가 조사를 진행 한다. 관점에서 벗어나는 결과는 향후 고려할 요소 정도로만 정리한다(위의 아이팟 리서치 사례 참고).
    • 본 리서치에 들어가기 전에 약식 조사 등으로 사전 분석을 하고 승인 받았거나, 상위 기획 단계에서 복잡한 의사 결정 과정을 거쳤다면 이런 접근을 하기 쉽다(기획 의도 변경 어려움).
  2. 목표한 결과물을 만드는데 집중한다
    • 결과물을 내는 자체가 중요하거나 마감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 등에서 결과물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 이 경우 원하는 결과물의 방향과 차이가 나는 결과(예: 긍정적인 결과를 원하지만 사실은 무관심, 부정적)는 제외하고 의도에 맞는 결과만 모으기 쉽다. 일부러 그러지 않아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입맛에 맞는 정보만 수집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 이런 경향성이 너무 강해지면 처음부터 질문 자체를 반응을 유도하도록 만들어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도 하고, 결과가 생각과 다를 때 수치를 조작하기도 한다.
  3. 문제를 다시 정의하고 프로젝트 방향을 바꾼다
    • 우리가 해결하려 한 것이 사실은 정말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면, 방향을 바꿔 정말 중요한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데 집중한다.
    • 프로젝트 기간이 상당히 지난 후에 이런 결정을 하게 되므로 이후의 진행 프로세스는 최대한 압축해서 효율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 문제를 다시 생각해서 진짜 문제를 찾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 경우 프로젝트 기간은 늘어나기 쉽고 결과물은 원래 생각과는 다르게 나올 것이다.

리서치 결과가 원래 생각과 다르게 나왔을 때, 이런 결과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제품 개선에 반영하는 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리서치 결과가 초기에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한 사람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고, 하던 대로 하면 무리가 없는데 애써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으로 인식될 수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다시 조사해서 진짜 중요한 문제를 찾겠다고 하더라도 재조사에서 진짜 중요한 문제를 찾을 수 있을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상적인 해결 방안 – 그래도 진짜 문제를 찾아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요? 제 생각에는 조직의 성숙도나 받아들일 수 있는 변화의 정도, UX 리서치를 수행하는 팀의 역량 등에 따라 달라질 것 같습니다. 조직에서 원하는 수준의 해결책을 잘 찾는 것이 중요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진짜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를 찾고 그것을 해결해야 합니다.

  • 도널드 노먼 교수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HCI Korea 도널드 노먼 키노트 참고
    “사람들이 나에게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청하는데 그들이 항상 가져오는 것은 진짜 문제가 아니고 ‘증상’에 불과하다. 나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대신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찾겠다고 이야기한다.”
  • 애플에서도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 애플의 디자인 프로세스 참고
    “디자인 단계는 개발이 진척되는 방향으로 진행하지만, 이후의 단계에서도 아주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경우 그것을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두고 진행한다.”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UX와 리서치에 관한 충분한 이해가 있는 조직이 역량을 갖춘 UX 디자인 팀과 함께 일하는 경우입니다. 리서치를 수행할 때는 내부 조직도 좋지만 내부자의 시각과 이해 관계에 영향을 덜 받는 외부 UX 조직을 활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최고의 제품은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1. 회사가 진짜 문제를 찾는 과정의 가치를 이해하고(시행착오를 과정의 일부로 생각),
  2. UX 팀이 중요한 문제를 찾아낼 충분한 역량이 있을 때,
  3. 그리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말 중요한 문제와 그 해결책을 찾을 때

회사의 마인드가 부족하거나, UX 팀의 역량이 부족하거나, 진짜 문제를 고민하지 않는 등, 셋 중 하나만 부족해도 성공 가능성은 낮아집니다. 물론 이 과정은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게 쉬우면 어떤 제품이나 성공할 것입니다. 어려우니까 잘 하면 차별화가 되는 것입니다.

저희가 최근에 수행한 UX 프로젝트는 힘들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진짜 문제를 찾는 과정은 어렵고 찾은 문제에서 제대로 된 해결책과 UI 구조를 찾는 과정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프로젝트 중간에 진짜 문제를 찾아서 사용자와 문제를 재정의하고, 조사와 프로토타입 구성을 완전히 다시 해야 했습니다. 결국 짧은 기간 동안 사용자 조사와 UI 디자인을 2번 수행하게 되었는데, 고객사에서 믿어주지 않았다면 이렇게 다시 문제를 찾아서 해결하긴 어려웠을 것입니다.

UX/UI 디자인을 수행하면서 각 단계마다 넘기 힘든 산이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사람의 생각을 파악하는 단계, 아이디어를 내는 단계, 아이디어를 손에 잡히는 UI로 만드는 단계 등, 각 단계에서 우리가 넘어야 할 어려움(산)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산(어려움)을 보고 좌절하거나 피하기도 하고 우회로를 찾기도 하지만, 그것을 잘 넘으면 우리가 원하는 목적지로 빠르게 갈 수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다음 글에서 이런 어려움에 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어렵더라도 진짜 문제를 찾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UX 프로젝트의 각 단계에서 만나게 되는 산들을 잘 넘으면 우리가 원하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내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면 우선 내가 해결하려는 문제가 진짜 중요한 문제가 맞는지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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